[KBS] 웹툰으로 본 탈북 청년의 남한 정착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7.28 조회수 175

기사 출처 :  news.kbs.co.kr/news/view.do?ncd=3523992


네이버 웹툰 ‘로동심문’ 중 한 장면

네이버 웹툰 ‘로동심문’ 중 한 장면


여자에게 "당신과 나는 '친구' 사이"라는 말을 듣고, "우리 결혼해서 일생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자"라고 청혼을 한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직장 동료에게 "이거 해줄 수 있어요?"라는 부탁을 듣고도 '명령'이 아니라는 이유로 업무를 하지 않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실제 자신이 겪었던 일이라고 밝히는 이 남자는 탈북민 최초 웹툰 작가 최성국(37) 씨다.


KBS 라디오 한민족방송 '이제 나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웹툰 작가 최성국, 만화로 그리는 통일 이야기(28일 07시)'에서 최성국 씨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다뤘다. (http://www.kbs.co.kr/radio/scr/scrspecial/aod/aod/2561537_107949.html)


성국 씨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탈북민들의 남한 정착기를 연재한 네이버 웹툰 '로동심문'은 인터넷 조회 수가 3만 회를 넘어서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제목 '로동심문'은 북한이 로동신문을 통해 사람들을 선동한다는 걸 비판하는 동시에 사람들을 심문하는 걸 꼬집기 위한 일종의 언어유희다.

성국 씨는 남한에 와서 겪었던 웃지 못할 정착 경험을 웹툰에 연재했다. 문화차이에서 온 자신의 실수를 털어놓음으로써 남북 간의 문화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결혼합시다'에서는 탈북민 용철 씨의 눈에 비친 남한 문화를 배경으로, 동료 여직원의 사소한 친절을 오해해 청혼까지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렸다. 성국 씨의 웹툰을 보고 비슷한 경험을 한 탈북민들이 댓글을 달며 공감을 표했다.


[연관 기사] [통일로 미래로] 만화로 마음의 벽 허문다…탈북 웹툰 작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3361807)

사실 성국 씨는 북에서 자랑하는 '조선 426 만화영화촬영소(이하 '만화영화촬영소')'에서 8년간 근무하며 '령리한 너구리' 등 많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던 전문가다. 만화영화촬영소는 그림에 소질 있는 영재들도 시험에 통과해야만 갈 수 있는 '꿈의 직장'이다. 미국 월트 디즈니사에서 제작한 '라이언 킹'에 들어가는 그림 중 일부는 만화영화촬영소에서 하청을 받아 그렸는데 성국 씨가 이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만화영화촬영소는 외국의 하청을 받아 외화를 벌어들인다. 그러다 보니 소속 화가들은 굉장한 혜택을 받는다. 90년대 중후반,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 등으로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고난의 행군'시기에도 만화영화촬영소는 흰쌀과 매월 식용유 한 병, 설탕과 한우 1kg을 배급했다. 결혼하면 집도 주고, 아이를 낳으면 외국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성국 씨는 외국인 화가들과 월급이 500배 이상 차이 난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게 됐다. 당시 성국 씨의 월급은 1달러였다. '외국에서 일하면 500달러 이상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성국 씨는 만화영화촬영소를 나오기로 결심한다. 이후 그는 몇 년간 북한에서 한국드라마 CD 등을 암거래하며 돈을 벌다가 보위부의 감시 대상이 됐고 추방, 탈북의 절차를 밟았다.

2010년 대한민국에 도착한 성국 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경제력이 아니었다. "당신들은 태어날 때부터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절대로 주눅 들지도 말고 당당하게 살라"라는 국정원 직원의 말이었다. 성국 씨는 "'북한 같았으면 당신들은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사랑과 배려로 지금부터 우리 공화국의 국민이 되었다'고 말했을 것"이라며 "그제야 남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라고 말한다.

성국 씨는 하나원에서 나오자마자, 웹 디자인 관련 1급 자격증을 취득하며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성국 씨에게 힘든 건 취업이 아닌 '문화 격차'였다. 남북 간 문화 장벽을 실감한 성국 씨는 본격적으로 한국의 문화와 한국 사회를 배우기 시작했다. 성국 씨는 "가장 빨리 효과적으로 한국의 대중문화를 배우기 위해 '방송 진행'을 택했다"라고 말한다. 대북 관련 방송에서 기자, 아나운서 활동을 하고 PD로서 라디오 편집송출까지 한 이유다.

최성국 씨가 출연한 인터넷 방송 ‘황진이(탈북민들의 진짜 황당한 북한 이야기)’
최성국 씨가 출연한 인터넷 방송 ‘황진이(탈북민들의 진짜 황당한 북한 이야기)’

최근 성국 씨는 웹툰 '로동심문' 연재를 마치고 새로운 작품 '고발'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북한 현지 작가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완전히 고립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웹툰과 방송을 병행하느라 하루하루가 바쁘지만 성국 씨에게는 꿈이 있다. 언젠가 통일이 된 후에도 남북 간 차별 없이, 차이 없이 온전하게 하나가 되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문화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그래서 성국 씨의 만화에는 남북한 주민들의 일상적인 차이가 담겨 있다. 탈북민이 아니라면 발견할 수 없는 차이로 어떻게 보면 아주 작은 것들이지만 통일 이후에는 큰 벽이 될 수 있기에 성국 씨는 웹툰을 그린다.

"남북 간 차이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문화운동을 할 겁니다. 탈북하는 순간 제 사명감이자 제 일이 돼버렸어요. 그 꿈은 '저 아니면 안 되겠다'하는 책임감이 있어요."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첨부파일
작성
      리스트